행복이라는 이름의 잔혹함 - 정유정 작가의 '완전한 행복'을 읽고
정유정의 『완전한 행복』은 단순한 서스펜스 소설이 아니다. 그녀는 독자의 머리를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과 본능을 겨냥하는 작가다. 이 소설은 ‘행복’이라는 단어에 감춰진 이기심, 강박, 조작, 그리고 광기를 그려내며 우리가 무심코 받아들였던 ‘행복의 조건’에 대한 질문을 날카롭게 던진다. 이 글은 《완전한 행복》을 읽고 내가 느낀 감정과 생각을 담은 리뷰다. ‘행복’을 통제하려는 사람 – 문주영이라는 인물 『완전한 행복』의 중심에는 한 여성이 있다. 문주영이라는 인물은 겉으로 보기엔 완벽하다. 지적인 커리어 우먼, 성공적인 결혼생활, 아이와의 단란한 삶. 하지만 독자가 그를 따라가다 보면 금세 이상함을 감지하게 된다. 나는 문주영을 보면서 섬뜩함과 동시에 낯익음을 느꼈다. 그녀는 행복을 원한다. 그런데 그 행복은 상대방도 행복해야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통제 아래 있어야만 가능한 행복이다. 그래서 남편도, 딸도, 심지어 주변인들까지 그녀의 ‘행복 구도’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제거 대상이 된다. 이 설정을 보며 나는 현실 속에도 있는 ‘행복 강박’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가령, 부모가 자녀에게 “너를 위해서야”라고 말하면서 사실은 자신이 그리는 행복의 틀에 맞추길 강요하는 모습. 혹은 연인이 “우리의 관계는 완벽해야 해”라며 서로의 감정을 조작하려 드는 상황. 문주영은 그 끝을 보여주는 인물이었다. 행복이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가. 그리고 나는 그런 그녀를 미워하면서도 어쩐지 조금은 이해하게 되는 그 복잡함에 오래 머물렀다. 행복은 감정이 아니라 구조일까? 작품을 읽는 동안 가장 자주 떠오른 생각은 “행복은 감정인가, 구조인가?”라는 질문이었다. 문주영은 행복을 '설계'하고 '관리'한다. 그녀에게 있어 행복은 감정이 아닌 결과물이며, 그 결과가 흐트러지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은 매우 폭력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