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당신은 어떤 꿈을 사고 싶었나요?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 나는 하루 종일 현실에 지친 상태였다. 생산성도 떨어지고, 사람에 치이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슴이 조여오던 날이었다. 그날 우연히 서점에서 집어든 책 한 권,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마치 "괜찮아, 여기 잠깐 머물러도 돼"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오랜만에 꿈을 꾸듯 책을 읽었다.
꿈을 고른다는 발상, 이상한데 이상하게 위로가 된다
이 소설의 배경은 잠이 든 사람만 출입할 수 있는 ‘꿈의 세계’다. 그곳엔 '달러구트'라는 인물이 운영하는 백화점이 있고, 사람들은 그곳에서 다양한 ‘꿈’을 구입한다.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꿈이라는 소재를 통해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온 감정과 바람을 꾹꾹 눌러 담았다. 처음엔 좀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꿈을 돈 주고 사는 백화점’이라니. 동화 같고, 현실감이 없잖아? 하지만 몇 장 넘기자마자 그런 생각은 사라졌다. 왜냐하면 책 속 꿈들은 대부분 우리가 한 번쯤은 꾸고 싶어했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 잊고 싶은 과거를 조용히 정리하는 꿈 - 어릴 적 나를 다시 만나는 꿈 - 말하지 못한 사람에게 진심을 전하는 꿈 이런 꿈들을 읽는 동안 나는 울컥했다. 아, 내가 최근에 이런 감정을 너무 오래 무시했구나 싶었다. 이 책은 꿈을 파는 백화점 이야기지만, 사실은 감정을 되찾는 이야기다.
우리는 자꾸만 ‘어른의 꿈’을 잊고 산다
책 속 등장인물 중 하나가 인상 깊었다. 꿈을 살 여유도 없고, “난 그런 꿈 필요 없어”라고 말하는 어른. 달러구트는 그런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꿈을 잊었지, 필요 없는 게 아니라.” 그 대사를 읽고 멍해졌다. 사실 요즘의 나는 "현실적인 목표"와 "논리적인 계획"만 중요하다고 여겼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주변을 보니 다들 그렇더라. 매일 아침 알람에 쫓겨 일어나고, 열심히 일해도 뭔가 빠듯하고, 그래서 꿈 같은 건 사치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은 말한다. “꿈은 사치가 아니라 회복이다.” 이 문장은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오래 기억하게 된 문장이었다. 달러구트는 사람들에게 아주 사소하고 조용한 꿈을 권한다. 그건 어떤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그냥 오늘을 무사히 살아내기 위한 작은 위로다.
나도 꿈을 골라보고 싶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지금 내가 고를 수 있다면, 어떤 꿈을 사고 싶지?” 의외로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아마 요즘의 나는 내가 뭘 원하는지도 잘 모른 채 살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나는 메모장에 적기 시작했다. - 누구한테도 설명 안 해도 되는 꿈 - 내가 웃고만 있는 꿈 - 아무 생각 없이 강가에 앉아 있는 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한 번 상상해보면 좋겠다. “당신이라면 어떤 꿈을 살 건가요?” 달러구트는 물건을 팔지 않는다. 그는 기억을 팔고, 감정을 팔고, 잊고 있었던 나를 되찾게 해준다. 그래서 이 책이 따뜻했던 건 ‘꿈’이라는 소재 때문이 아니라, 결국 그 안에 담긴 ‘진심을 마주하는 순간들’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단순한 판타지 소설이 아니다. 이 책은 꿈이라는 소재를 빌려, 우리가 놓치고 살아가는 감정들을 조용히 꺼내 보여준다. 바쁜 일상에서 잠깐 멈춰 서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어떤 마음이 여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당신의 삶이 무겁게 느껴진다면, 뭔가 감정이 텅 비어 있다면, 이 책을 펼쳐보자. 그 안엔 당신이 잠시 잊고 있었던 마음이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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