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시간은 누구의 것인가요? - '시간을 파는 상점' 리뷰

『시간을 파는 상점』은 단순한 청소년 소설이 아니다. 판타지적 설정 속에 담긴 삶과 죽음, 그리고 시간의 가치에 대한 진지한 물음. 이 책은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를 보여주며, 독자에게는 “당신은 지금 당신의 시간을 잘 살고 있나요?”라는 조용한 질문을 던진다. 이 리뷰에서는 그 깊은 메시지를 나의 시선과 감정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시간을 대신 살아주는 일’, 말처럼 쉬울까?

이 책의 주인공은 17살 소년 '온조'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아르바이트를 찾던 중, 그는 우연히 ‘시간을 파는 상점’이라는 곳을 발견한다. 그곳에서의 일은 꽤 이상하다. 죽음을 앞둔 의뢰인의 '마지막 하루'를 대신 살아주는 것. 처음엔 설정 자체가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며 이 판타지적 설정이 지닌 무게를 실감하게 된다.

온조는 첫 의뢰부터 벅찬 감정을 마주한다. 의뢰인은 그저 "평범한 하루"를 대신 살아달라고 말한다. 그가 원하는 건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평범한 하루 속에서 느끼는 온기, 습관, 관계 같은 것들이다.

이 장면에서 나는 오래 멈췄다. 정작 우리는 일상에 대해 얼마나 감사하며 살고 있을까? 의뢰인에게는 마지막 하루인데, 우리는 그런 하루를 당연하게 흘려보낸다.

온조는 이 일을 단순한 노동으로 여겼지만,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면서 점점 그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독자인 나도 그와 함께 감정의 깊이로 들어가게 되었다. “남의 삶을 대신 산다는 건, 그 사람의 감정까지 품어야 하는 일”이라는 걸.

나는 지금 내 시간을 어떻게 살고 있을까?

『시간을 파는 상점』을 읽으며 가장 많이 떠오른 단어는 ‘후회’였다. 사람들은 왜 죽음을 앞두고 나서야 가장 중요한 것을 떠올리는 걸까?

이 책의 의뢰인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마지막 하루를 요청한다. 딸의 생일을 챙기고 싶어 하는 엄마, 오랜 친구에게 진심을 전하지 못한 사람,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인사를 남기고 싶은 사람. 그들의 요청은 단순하지만, 그 안에는 ‘말하지 못한 감정’이 담겨 있다.

나는 그들을 보며 내 삶을 돌아봤다. 나는 매일 아침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하며 살아간다.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전하지 못한 채, 혹은 상처를 줬음에도 사과하지 않은 채 다음 날로 넘겨버린 감정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떠올랐다.

책을 읽는 내내 떠오른 질문은 하나였다. “지금 이 시간을 나는 정말로 살고 있는가?” SNS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의무적인 일정을 소화하며 하루를 끝내는 게 정말 '사는 것'일까?

온조가 대신 살아준 하루들은 우리에게 말한다. “지금, 당신이 있는 그 자리가 얼마나 소중한 순간인지 깨달으세요.”

우리는 서로의 하루를 얼마나 깊이 살아줄 수 있을까?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온조는 단순히 일을 넘어서 의뢰인들의 감정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처음에는 의무적으로 하던 일이었지만, 점차 그들의 상실, 고통, 사랑, 외로움에 진심으로 반응하게 된다.

이런 온조의 변화는 단순히 성장 서사로만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가 내게 말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당신은 누군가의 하루를 진심으로 살아준 적 있나요?”

나는 아니었다. 나는 내 하루를 버티기도 벅찼고, 누군가의 고통을 가볍게 넘긴 적도 있었다. “바쁘니까”, “내 일이 더 중요하니까”라는 이유로 가까운 사람의 감정조차 외면한 날이 많았다.

온조는 한 번도 '영웅'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그저 조심스럽게, 질문하고, 고민하고, 때로는 망설이며 의뢰인의 삶을 살아낸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에서 ‘공감’이라는 말의 본질을 다시 배웠다. 공감은 말이 아니라, 그 사람의 하루를 내가 살아보려는 태도였다.

삶은 대신 살아줄 수 없기에 지금 여기를 살아야 한다

『시간을 파는 상점』은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삶을 말하는 책이다. 특별한 철학을 말하는 것도 아니고, 거창한 서사를 끌어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조용한 서사 속에서 독자의 마음을 아주 깊고 따뜻하게 흔든다.

나는 이 책을 덮으며 내 하루가 얼마나 무의미하게 흘러갔는지를 반성하게 됐다. 그리고 동시에, 아직 늦지 않았다는 위로도 받을 수 있었다.

“지금 당신의 하루는 누구의 것인가요?” “누구를 위해,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나요?”

『시간을 파는 상점』은 그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독자는 그 질문에 정직하게 답하며 진짜로 살아가는 시간과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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