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를 읽고 - 틀리지 않지만, 다르게 살아가는 아이들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는 중학생 박하의 일기 형식으로 쓰인 소설이다. 처음엔 그저 평범한 청소년 소설이겠지 싶었는데, 한 장, 두 장 넘길수록 나는 이 책이 말하는 ‘다름’과 ‘소외’에 내 마음을 빼앗겼다. 이 소설은 학교, 친구, 가족, 그리고 자기 자신 사이에서 조용히 흔들리는 한 소녀의 마음을 담아낸 이야기다. 그 조용한 흔들림이, 이상하게도 지금의 나에게 깊이 와닿았다.

"나는 이상한 애일까?"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면

주인공 박하는 말이 적고, 남들보다 감정 표현이 서툴다. 눈치도 빠른 편은 아니고, 관심 없는 일엔 집중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친구 관계에서도 자주 어긋난다. 그렇다고 누굴 미워하거나, 크게 잘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다를 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학교라는 작은 사회는 ‘다름’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비슷한 옷차림, 비슷한 말투, 비슷한 감정 표현을 기대한다. 조금이라도 다르면 ‘이상한 애’, ‘눈치 없는 애’가 되어버린다. 책을 읽으며 문득 내가 중학생일 때가 떠올랐다. 친구들이 웃을 때 나만 웃지 않았던 순간들, 혼자 좋아하던 책과 음악을 아무에게도 말 못했던 기억들. 그때의 나는 박하처럼 조용히 일기장에 마음을 눌러 적었고, 누군가 나를 들여다봐 주길 바랐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래서 이 소설이 더 크게 다가왔다. 박하의 말이 곧 내 말 같았고, 그녀의 불안과 혼란이 나의 옛 감정처럼 느껴졌다.

다르다고 해서 틀린 건 아니다

소설 속에는 박하 외에도 다양한 친구들이 등장한다. 겉으로는 활발하지만 속으로는 외로운 친구, 모두에게 잘 맞춰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기 생각을 감추는 친구, 겉으로는 괜찮은 척하면서도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진 아이. 이 친구들은 모두 박하와 다르지만, 결국은 같은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이었다. 이 부분이 참 인상 깊었다. 우리는 서로 다르지만, 외로움 앞에서는 모두 같다. 소설은 직접적으로 누굴 비판하지 않는다. 누가 나쁘고, 누가 옳다고 단정 짓지 않는다. 대신, 다양한 아이들의 내면을 보여주며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라는 여지를 남긴다. 그 점이 이 책을 더욱 따뜻하게 만든다. 읽으면서 나는 어느새 박하의 편에 서서 그녀를 응원하고 있었다. 그녀가 말하지 않아도 그 감정을 읽을 수 있었고, 어느새 나는 "괜찮아, 너는 절대 틀린 게 아니야"라고 말하고 있었다.

어른이 된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체리새우일지도

소설 제목인 ‘체리새우’는 박하가 자신을 표현할 때 쓰는 닉네임이다. 체리새우는 작고, 투명하고, 한 번 숨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 박하는 자신이 그런 존재라고 느낀다. 이 표현이 너무 슬프고도 예뻤다. 누군가의 눈에는 흐릿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아름답게 반짝이는 존재. 나는 이 소설이 단지 ‘청소년 성장소설’에 머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박하의 감정은 지금의 어른인 나에게도 그대로 닿았고, 어쩌면 지금도 나 역시 투명해지고 싶은 순간을 겪고 있다. 회사에서, 사회에서, 관계 안에서 나도 모르게 말수를 줄이고, 감정을 감추고, 누군가의 기대에 맞춰 움직이고 있지 않나 생각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다시 박하를 떠올린다. 말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 말없이 곁에 있어주는 친구. 이 책은 나에게 그런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나 자신도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려줬다.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는 말이 서툰 소녀 박하의 내면을 통해 ‘다름’, ‘관계’, ‘외로움’이라는 주제를 조용히 풀어낸 소설이다. 이 책은 성장에 대해 말하지만, 결국은 ‘존중’과 ‘이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누구나 다르게 살아갈 수 있고, 그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 ‘또 다른 색’일 뿐이다. 이 책은 나에게,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그 다름을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건넨다. 지금 자신이 너무 투명하고 작게 느껴진다면, 이 책을 한번 천천히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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