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그린의 '안녕, 헤이즐' 리뷰 - 사랑은 유한해서 더 빛나는 걸까?
존 그린의 『안녕, 헤이즐』은 단순한 청춘 로맨스가 아니다. 이 책은 유한한 존재의 시간 안에서, 사랑이 얼마나 깊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이 소설을 읽고 한동안 멍해졌다. 웃겼고 슬펐고, 무엇보다 깊이 공감했다. 사랑은 끝이 있기 때문에 더 반짝이는 감정이 아닐까?
병이 아니라, 감정이 먼저 보였다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나는 조금 긴장했다. 암을 앓는 10대 주인공. 분명 슬프고 무거운 이야기겠지 싶었다. 하지만 몇 장 넘기자마자 생각이 바뀌었다. 이야기는 죽음이 아니라 삶에 대한 이야기였다.
헤이즐은 시니컬하다.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냉소와 명료함이 있다. 그러다 어거스터스가 등장한다. 말장난을 잘하고,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이상하게 밝은 아이. 그 둘의 대화는 웃기고, 감정적이고, 현실적이다. 이상하게도 나는 이들의 "암 이야기"보다, 그들이 나누는 감정의 언어에 먼저 끌렸다.
책을 덮고 생각했다. 사람은 결국 ‘어떻게 사느냐’보다, ‘누구와 어떤 감정을 나누며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질병보다 감정이 먼저 보이는 사랑, 그런 사랑이 가능하다는 걸 이 책이 보여주었다.
유한하다는 사실은, 사랑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이 소설의 가장 인상적인 점은,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시작한다는 점이다. 어거스터스도, 헤이즐도 서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안다. 그래서 그들의 사랑은 더 격렬하고, 더 조심스럽고, 더 소중해진다.
우리는 흔히 ‘영원한 사랑’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더 간절하게 마음을 쓴다. 그건 이 책을 통해 너무 분명하게 전달된다. 그들의 키스 장면보다, 침대에 나란히 앉아 책을 읽는 장면이 더 가슴을 울리는 이유도 그거다. 아무 일도 없지만, 그 시간이 소중한 순간이니까.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짧은 관계였지만, 마음만은 오래 남은 사람. 헤이즐처럼, 어거스터스처럼 나도 언젠가 끝날 걸 알면서도 마음을 준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여전히 아프지만, 이상하게도 따뜻하다.
이 책은 그런 마음을 떠올리게 만든다. 시간보다 감정이 먼저였던, 짧지만 진짜였던 이야기들을.
눈물보다 웃음이 오래 남는다
이야기의 후반부는 분명 슬프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이 ‘울리는 책’이라는 생각보다, 마음에 잔잔한 웃음을 남기는 책이라는 느낌이 더 컸다.
어거스터스의 유쾌한 말투, 헤이즐의 날카롭지만 따뜻한 관찰,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대화는 자주 웃음을 유발한다. 그리고 그 웃음은 이야기의 마지막에 더 큰 울림을 만든다.
감정이라는 건, 슬픔 하나로 설명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좋아했던 사람과의 마지막 기억이 눈물뿐만 아니라 미소일 수도 있다는 걸. 『안녕, 헤이즐』은 그래서 슬픈 책이 아니라, 사랑스러운 책이었다.
끝이 있어도, 진짜였던 감정은 남는다
『안녕, 헤이즐』은 “유한한 존재의 사랑은 더 반짝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이야기다. 끝이 있다는 건 두렵지만, 그 시간 동안 나눈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책을 덮고 나서, 나는 한참을 생각했다. 혹시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과의 감정을, 나는 당연하게 여기고 있지는 않은가.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소중한 감정이 무뎌지고 있는 건 아닐까.
『안녕, 헤이즐』은 사랑을 오래 기억하는 법, 유한한 시간 안에서도 진짜 마음을 나누는 법을 조용히 알려주는 책이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