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멀어도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 장류진 '달까지 가자' 리뷰

장류진의 『달까지 가자』는 단순히 ‘돈’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 안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직장 생활, 청춘의 고단함,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이 글은 그 소설을 통해 내가 나의 청춘을 어떻게 써왔는지를 되짚어보는 시간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돈’이 전부가 되었을까?

『달까지 가자』의 주인공 ‘문혜영’은 평범한 대기업 계약직 사원이다. 정규직 전환은커녕, 하루하루 눈치 보며 버티는 삶 속에서 문득 기회 하나가 굴러온다. 동료들과 함께 ‘비트코인’ 투자에 뛰어들며, 그녀는 인생 처음으로 통장에 ‘0이 아닌 숫자’를 보게 된다.

그 과정이 마냥 낯설진 않았다. 나도 그랬으니까. 청춘을 바쳐 직장을 다니고, 급여일만 손꼽아 기다리며 “이게 사는 건가?”라는 물음을 속으로 삼켜야 했던 날들이 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돈이 우리 삶의 중심이 되었고, 그 돈을 어떻게 ‘벌지’보다, ‘안 벌면 안 되는 이유’에만 몰두하게 됐다. 『달까지 가자』는 그 현실을 아무 말 없이 들이민다.

주인공이 무언가를 선택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이게 내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라는 질문이다. 그게 나도 모르게 내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다는 걸, 책을 읽다 문득 깨달았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버텨온 우리들의 연대

이 소설이 단순한 ‘코인 소설’이 아닌 이유는, ‘함께’의 의미를 잃지 않기 때문이다.

혜영과 친구들은 돈을 벌기 위해 뭉쳤지만, 그 과정 속에서 의외로 서로를 지키기 위해 움직인다. 단순히 이득만을 쫓는 게 아니라, 서로의 약점을 감추고, 미래를 나눠 갖고, 가끔은 싸우고, 그러다도 결국 다시 손을 잡는다.

나는 이 소설의 진짜 힘이 거기에 있다고 느꼈다. ‘돈’이 이끌지만, 결국 ‘사람’이 중심에 있다는 것.

우리도 청춘을 살아오면서 수없이 많은 순간, “같이 가자”는 말에 의지해왔다. 회사에서, 학원에서, 조별 과제에서, 혹은 그냥 편의점 앞 캔맥주 앞에서.

이 소설을 읽으며 나는 내 곁을 지켜준 친구들, 혹은 묵묵히 어깨를 빌려줬던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들은 내 청춘의 증인이었고, 그들과 함께했기에 버틸 수 있었다.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였기에 ‘달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딘가까지는 올 수 있었다는 걸 이 책은 조용히 알려준다.

그래도 계속 가야 하니까, 함께라면

소설 말미에서 혜영과 친구들은 결국 큰돈을 벌게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장면에서 나는 시원하기보다 조금 허무하고, 먹먹한 기분이 들었다.

돈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단지 문제를 덮을 뿐이다. 그래서일까, 작가는 마지막까지 이야기를 ‘승리’로 마무리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큰 질문을 던진다. “이 다음은 어떻게 살 건데?”

나는 그 질문이 현실을 너무 닮았다고 느꼈다. 대학을 졸업하면, 취직을 하면, 돈을 벌면 뭔가 다 해결될 줄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고민은 남고, 새로운 불안이 등장한다.

그래도 가야 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덮고 난 뒤 나는 한 가지 결론에 다다랐다. 혼자는 도저히 못 간다. 함께 있어야, 비틀거려도 끝까지 갈 수 있다.

『달까지 가자』는 그 말도 안 되는 여정을 믿고 함께 걸어준 사람들에 대한 찬사다. 그게 돈보다 더 큰 자산이라는 걸, 우리는 이 소설을 통해 배우게 된다.

내 청춘은 잘 살아냈다고, 말할 수 있게

『달까지 가자』를 읽고 나면, 자신의 청춘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애썼고, 무엇을 버텨왔는가?

그리고 묻게 된다. 지금 나는, 누구와 함께 어디쯤 가고 있는가?

이 책은 특별한 이야기 같지만, 사실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청춘을 어딘가에 ‘쏟아부은’ 모든 사람들의 흔적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나도 그렇게 열심히 살아왔다고, 조금은 자랑스러워해도 된다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로봇이 더 인간 같았던 이야기 - 천선란 '천 개의 파랑'을 읽고

행복이라는 이름의 잔혹함 - 정유정 작가의 '완전한 행복'을 읽고

'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를 읽고 - 틀리지 않지만, 다르게 살아가는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