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련 '체공녀 강주룡'을 읽고 - 작은 사람의 큰 외침
『체공녀 강주룡』은 실존 인물 강주룡을 바탕으로 한 역사소설이지만, 단지 과거를 기록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 소설은 지금 우리에게 “당신은 무엇을 위해 버텨본 적 있나요?”라고 묻는다. 읽는 동안 나는 내가 잊고 지낸 질문들과 마주하게 됐고, '존엄', '용기', '버틴다는 것'의 의미를 새롭게 느꼈다. 이 리뷰는 그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풀어낸 기록이다.
‘버티는 사람’을 잊지 않게 만드는 이야기
강주룡이라는 이름은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엔 낯설었다. 1920~30년대 조선, 평양 고무 공장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 하지만 그가 평양의 ‘을밀대’ 위에 올라가 “여공도 사람이다!”라고 외쳤다는 이야기에서 나는 전율을 느꼈다.
이 소설은 그녀가 체공녀, 즉 공중에 떠 있는 여자가 되어 지금의 세상을 내려다보는 상상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판타지적 설정 속에서도 그녀가 했던 말과 행동은 너무도 현실적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누군가를 위해 목소리를 낸다는 게 얼마나 무섭고 외로운 일인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강주룡은 사실 ‘거창한 운동가’라기보다 한 명의 ‘평범한 여성 노동자’였다. 하지만 부당한 대우를 더는 참지 못했고, 그저 “내가 사람 대접 받고 싶다”는 마음에서 을밀대에 올라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어떤 높이에 서 있을까?
소설에서 강주룡은 하늘을 떠다니는 존재가 되어 지금의 한국을 내려다본다. 그녀가 본 건 화려한 도시와 발전된 기술만이 아니다. 아직도 해고에 떨고 있는 사람들, 비정규직, 차별, 그리고 '함께 살기' 어려운 세상.
나는 이 장면에서 갑자기 숨이 막혔다. 우리는 분명히 더 나아졌다고 믿고 있었는데, 어쩌면 같은 문제를 더 교묘하게 포장하고 있는 건 아닐까?
강주룡이 말한다. “다른 게 뭔데? 아직도 버티는 사람밖에 없잖아.”
지금의 우리는, 예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을까? 나는 때로 불평만 하면서도 무언가를 바꾸기 위해 ‘한 발 더 내딛는 것’은 두려워했던 것 같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노동자라는 이유로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그 시대를 살았던 ‘여성’이라는 점이 더욱 강조되기 때문이다. 강주룡은 여성이고, 노동자였고, 그 둘 다 쉽게 무시당하던 시대를 살았다.
그녀는 투쟁과 저항을 거창하게 시작한 사람이 아니다. 그저 자신의 삶을 지키고 싶었던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에 더 크게 공감했다.
지금도 여전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을’의 자리에 놓인 사람들은 싸우거나, 참고 버티고 있다.
『체공녀 강주룡』은 그런 나에게 “당신의 그 싸움도 소중했다”고 말해주는 책이었다. 그래서 더 쉽게 울컥했고, 그녀를 통해 내 과거를 조금 위로받을 수 있었다.
세상에서 떨어져 있을 용기
『체공녀 강주룡』은 단지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체공녀처럼 공중에 매달린 듯 힘겹게 버티고 있다.
읽고 나면 묻게 된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나?” “나는 어떤 편에 서고 있는가?” “나는 진짜 사람답게 살고 있나?”
이 책은 말한다. “진짜 용기란, 혼자라도 옳다고 믿는 곳에 서는 것”이라고. 그 말이 참 오래 남았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