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리 루니 '노멀 피플' - 사랑이라는 이름의 어긋남에 대하여
샐리 루니의 『노멀 피플』은 '사랑한다'는 감정이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잘 풀리는 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이야기다. 서로를 분명히 좋아하지만, 그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서, 타이밍이 어긋나서, 결국 반복해서 멀어지는 두 사람의 이야기.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이거… 내 얘기인가?" 하고 여러 번 멈춰 읽었다. 사랑이란 게 원래 이렇게 복잡한 건가, 아니면 우리가 복잡하게 만들어버리는 건가, 계속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음은 있는데 말로 꺼낼 수 없을 때
코넬과 마리안은 서로를 좋아한다. 이건 분명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말하지 못한다. 말을 꺼낼 타이밍도 놓치고, 괜히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혹시 내 감정이 거절당할까봐 겁이 나기도 한다.
읽는 내내, 답답한 마음이 들었지만 솔직히 공감도 많이 갔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했을 때도 그걸 바로 말하지 못한 적이 많았다. ‘이 사람이 날 어떻게 볼까?’ ‘혹시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그런 걱정 때문에 한참을 망설였고,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 사람이 멀어지는 걸 바라보기만 했던 적도 있다.
코넬도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겉으로는 조용하고 무던한 사람 같지만, 내면에는 끊임없는 불안과 낮은 자존감이 있다. 마리안은 또 다르다. 집안에서 받은 상처, 스스로에 대한 무가치한 감정이 깊이 남아 있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지만, 그 필요하다는 말 한마디를 꺼내기까지 너무 많은 망설임이 앞선다.
가까이 있어도, 마음은 멀 수 있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두 사람이 연인으로 지낼 때조차도 서로의 감정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코넬과 마리안은 물리적으로는 함께 있지만 마음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있다. 같은 방에 앉아 있어도, 서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모를 때가 많다.
나는 이 부분이 정말 와 닿았다. 우리가 누구와 함께 있다고 해서 항상 연결되어 있는 건 아니니까. 연인 사이에서도, 친구 사이에서도, 마음이 다른 데 가 있으면 그 자리는 점점 공허해진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때론 나와 상대가 얼마나 같은 속도로 걸어가는지, 서로를 얼마나 들여다보려 노력하는지에 따라 온도차가 확 달라진다.
‘보통 사람들’이 되기 위한 무리한 노력
책의 제목은 『노멀 피플』이다. 그 말은 참 심플해 보이지만, 사실 굉장히 아이러니하다.
코넬과 마리안은 전혀 ‘보통 사람’ 같지 않다. 각자의 상처와 복잡한 감정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둘 다 보통처럼 보이고 싶어 한다. 티 내지 않고, 조용히, 남들과 비슷하게.
나는 이 부분이 정말 인상 깊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그렇지 않나? 문제가 있어도 괜찮은 척하고, 속상해도 웃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일상으로 돌아가는 연기.
이 책은 말한다. 그 ‘보통’처럼 보이려는 노력이 오히려 우리를 더 외롭게 만든다고. 감추고, 참다 보면 결국엔 마음이 멀어진다고.
사랑은, 솔직해지려는 반복된 시도
『노멀 피플』은 거창한 사건이나 드라마틱한 전개 없이도 독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 이유는 바로,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작고 서툰 감정들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덮고 나서 사랑은 잘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게 아니라, 서로 솔직해지려는 연습을 하는 것 아닐까 싶었다.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내가 느낀 걸 진심으로 표현하고, 상처가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마음.
이 소설은 말한다. 사랑이 어긋날 수는 있어도 진심이 있다면 다시 연결될 수 있다고. 그리고 그 가능성만으로도 사랑은 계속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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