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일 허니맨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 - 혼자여도 괜찮다고 말해준 책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는 외로움과 단절, 그리고 회복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혼자인 시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무언가 크게 일어나지 않아도, 어떤 사람의 마음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울림이 클 수 있다는 걸 이 책이 보여줬다. 엘리너는 완벽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사랑스러운 인물이다.

엘리너는 평범하지 않다, 그리고 그래서 현실적이다

엘리너는 조금 이상하다. 정확히는, 사회적으로 '이상하다고 여겨질' 행동들을 한다. 혼자 살고, 말투는 무뚝뚝하고,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으며, 휴일엔 집에서 보낸다. 그녀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특이한 여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책 속에서 그녀의 머릿속을 따라가다 보면, 그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나는 처음에 그녀를 낯설게 느꼈지만, 점점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묘하게 공감하게 됐다. 다들 어느 정도는 엘리너처럼 겉으론 멀쩡하지만, 속으론 복잡한 사람이니까.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게 편한 순간이 있고, 혼자 있는 게 이상하리만큼 익숙해지는 날들이 있다. 그런데 그런 내 모습을 누가 따뜻하게 바라봐준다면, 그건 꽤 큰 위로다.

엘리너는 그렇게 혼자인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아무리 괜찮다고 말해도, 사실은 괜찮지 않았던 마음까지도.

완전하지 않아도, 서툴러도, 연결될 수 있다는 것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큰 사건 없이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아주 섬세하게 그려낸다는 데 있다. 엘리너는 자신을 드러내는 법도, 누군가를 위로하는 법도 서툴다. 그녀가 겪은 과거는 무겁고 길다. 하지만 어느 날, 동료인 레이먼드와의 작은 친절이 시작된다. 그건 거창한 사랑도, 강렬한 우정도 아니다. 단지 아주 작은 관심, 작은 대화, 작은 도움.

나는 이 부분에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사람 사이의 연결은 그렇게 시작되는 거라고, 그리고 그 작고 미묘한 것들이 어떤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바꿀 수도 있다는 걸 이 책이 조용히 말해주는 것 같았다.

우리는 누군가를 돕는다고 할 때, 무언가 대단한 걸 해야 한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오늘 어땠어?"라고 묻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외로움에 작은 균열을 낼 수 있다. 엘리너에게 레이먼드가 그랬던 것처럼.

“완전 괜찮아”라는 말의 무게

제목은 이렇게 말한다.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 하지만 읽다 보면, 그 말이 얼마나 슬픈 방어기제인지 알게 된다. 우리는 종종 아무렇지 않은 척을 잘 한다. 문제 없어 보이고, 감정 없는 척 하고, 바쁘게 지내며 자기 마음을 감춘다.

엘리너도 그랬다. 그녀는 누구보다 무너져 있었지만, “나는 괜찮아”라고 반복하며 버텼다. 그 말을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정말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을까. 아니면 그 말에 스스로도 속게 될까.

책을 덮고 난 후, 나는 ‘괜찮다’는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혹시 나도 누군가에게 괜찮다고 말하면서, 사실은 누군가의 말 한 마디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아닐까?

엘리너는 결국 혼자였지만, 완전히 혼자는 아니었다. 그녀를 바라봐 준 사람들 덕분에 그리고 그녀 스스로 다시 마음을 여는 용기를 냈기 때문에 진짜로 괜찮아지는 길을 걸어갈 수 있었다.

혼자인 나에게 보내는 따뜻한 편지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는 누군가에게는 그냥 가볍게 읽히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 소설이 혼자인 나에게 보내는 편지 같았다. 서툴고 어색해도, 상처 있고 외로워도, 우리는 괜찮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 누군가 나를 이해하지 못해도, 내가 나를 조금씩 이해하면 된다는 위로.

게일 허니맨은 이 책을 통해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말한다. “괜찮아지기 위해 반드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건 아니야. 하지만 누군가가 손을 내밀었을 때, 그 손을 잡는 건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나는 이제, 누군가에게 괜찮냐고 물을 때 그 물음이 얼마나 중요한 시작이 될 수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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