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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과자를 집어 들면 “봉지는 큰데, 안엔 왜 허공이 많지?” 하는 생각이 들죠. 이게 단순한 ‘눈속임’일까요? 사실 대부분은 제품을 지키기 위한 설계예요. 봉지를 크게 쓰는 데는 여러 이유가 함께 작동합니다.

1) 부서짐을 막는 ‘질소 완충’

봉지 안의 ‘공기’는 대개 질소(N₂)입니다. 산소 대신 질소를 넣어 팽팽하게 만드는 걸 질소 충전이라고 해요. 이 질소가 과자 주변을 감싸 완충재 역할을 하면서 운송·진열 중 깨짐과 가루화를 줄여줍니다. 즉, 봉지가 넉넉해야 과자가 덜 부서집니다.

2) 신선도: 산소·수분을 막아 오래 바삭하게

감자칩 같은 스낵은 기름이 있어 산소와 만나면 금방 산패될 수 있어요. 질소로 내부 공기를 바꾸면 산소·수분 접촉을 줄이고 바삭함 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봉지가 작고 꽉 차 있으면 봉합 과정에서 과자와 필름이 더 마찰되고, 미세 파손과 산소 유입 가능성도 커집니다.

3) 제조·유통을 위한 여유 공간(헤드스페이스)

포장기는 과자를 넣고, 상단을 열로 봉합(씰링)합니다. 이때 봉지 윗부분 여유가 있어야 안정적으로 밀봉돼요. 또 트럭·비행기 이동 중 온도·기압 변화로 내부 가스가 팽창/수축하는데, 여유 공간이 완충 역할을 합니다.

4) 과자는 ‘가라앉는다’—진열 중에 생기는 여백

과자는 가볍고 모양이 불규칙해서 유통·진열 동안 아래로 가라앉는 특성이 있습니다. 초기에 딱 맞게 채워도 시간이 지나면 위에 빈 공간이 생겨요. 그래서 처음부터 봉지를 조금 크게 설계해 가라앉음을 감안합니다.

5) 표시는 ‘부피’가 아니라 ‘중량’—규정도 있다

식품 포장에는 보통 중량(예: 60g)이 표시됩니다. 봉지 크기가 기준이 아니라, 실제 그램 수가 기준이에요. 또 일부 국가·지역에는 여유 공간에 대한 ‘슬랙필(Slack-fill)’ 규정이 있어, 기능적으로 필요한 여유가 아니면 과도한 빈공간을 제한합니다. 즉, “그냥 크게만 만드는” 건 규정상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6) 사용성과 디자인도 한몫

봉지가 너무 작으면 잡기 어려워 개봉 시 푹 찢어지거나 과자가 쏟아지기 쉽죠. 적당한 크기는 잡기·뜯기·나눠 먹기가 편하고, 보관 시 클립으로 집어 두기도 수월합니다. 또 전면에 성분·원재료·법정 문구와 브랜드 디자인을 담아야 해서, 어느 정도 표면 면적이 필요합니다.

💡 Q&A

Q. 봉지 큰 건 결국 눈속임 아닌가요?
A. 기능적으로 필요한 여유(완충, 봉합, 가라앉음, 기압 변화 등)는 합리적 이유입니다. 다만 불필요하게 과도하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어요. 핵심은 표시된 중량을 확인하는 것.

Q. 팩 안의 가스는 정말 공기인가요?
A. 대부분 질소예요. 무색·무취이고 인체에 무해합니다. 산소 대신 써서 신선도를 지킵니다.

Q. 덜 부서진 과자를 고르는 팁이 있나요?
A. 너무 납작한 봉지보다는 살짝 팽팽한 봉지, 모서리 눌림이 적은 걸 고르세요. 집에선 세워 보관하고, 개봉 후엔 공기를 빼고 클립으로 단단히 집어두면 바삭함을 오래 유지할 수 있어요.

마무리: 빈공간처럼 보여도, 이유 있는 공간

과자 봉지가 내용물보다 커 보이는 건 대체로 깨짐 방지, 신선도, 봉합·유통 안정성을 위한 선택입니다. 다음에 과자를 고를 땐 봉지 크기보다 표시 중량을 먼저 보고, 봉지 상태를 체크해 보세요. 알고 먹으면, 봉지 속 ‘여유’가 조금 다르게 보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