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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세계의 끝 여자친구' 소설 리뷰 - 끝나버린 사랑이 오래 남는 이유

김연수 '세계의 끝 여자친구' 감성 리뷰. 끝난 사랑이 오래 남는 이유, 기억 속 감정을 돌아보는 조용한 성장 이야기.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마음이 살짝 내려앉았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라는 말은 너무 강렬하고도 슬펐다. 그리고 동시에 조금은 이해가 됐다. 누구에게나 그런 사람이 하나쯤은 있지 않나. 끝났지만 여전히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있는 사람. 그때는 미처 다 알지 못했고, 지금은 너무 늦어버린 감정.

김연수 작가의 문장은 조용하지만 단단하다. 이 단편집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 있지만, 모두가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는 건 “잊지 못하는 감정”이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이름, 표정, 목소리. 어쩌면 우리는 사랑을 끝내는 데에는 익숙하지만, 완전히 지우는 일에는 서툰 존재인지도 모른다.

기억 속의 사랑은 왜 그렇게 오래 남을까

책을 읽는 내내 생각했다. 도대체 왜 끝나버린 관계는, 끝난 지 오래된 사랑은, 지금도 내 마음속 어딘가를 차지하고 있을까. 그건 아직 정리되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그 감정이 내 일부가 되어버렸기 때문일까?

김연수의 단편들은 그 질문에 단정적인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다양한 상황,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 스스로 떠올리게 한다. 나도 그랬다. 첫사랑의 기억, 한때 정말 좋아했던 사람, 끝까지 가지 못한 인연. 이 책을 읽는 동안 수없이 떠올랐다. 심지어 그 이름을 오랫동안 생각하지도 않았던 사람도 문득 떠오를 만큼, 이 이야기들은 섬세하게 마음을 자극한다.

아마도, 그것은 당시 우리가 최선을 다했기 때문 아닐까. 미숙했지만 진심이었고, 다치기도 했지만 간절했다. 그렇기에 남은 감정은 단순한 추억이 아닌, 지금의 나를 만든 조각 같은 것이 된다. 책을 덮고 나서도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그 기억들이 지금도 내 안에서 살아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지나간 인연과 마주하는 법

책 속 이야기들은 대부분 ‘과거의 감정’을 다룬다. 과거의 사람, 과거의 장소, 그리고 그때 나.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 현재의 나와 그때의 나를 비교하게 된다. 나는 얼마나 변했을까? 그리고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을까?

김연수는 “사랑은 끝났지만, 그 기억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듯하다.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조금은 두려워졌다. 지금껏 지나온 감정들에 나는 충분히 인사했을까? 혹시 끝맺지 못한 말들, 꺼내지 못한 감정들이 지금의 나를 방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책을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을 다시 꺼내보게 된다. 그건 무언가를 마무리하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기억을 부드럽게 다루는 법을 배우는 느낌이다. 그때의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리고 왜 그 사랑은 끝났는지를 담담하게 바라보는 일. 김연수의 문장은 그런 과정을 아주 섬세하게 이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세계의 끝’이었을지도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처음엔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만 떠올렸다. 하지만 조금 지나고 나서는, 혹시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었을까 생각하게 됐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누군가의 청춘 속에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 나도 누군가에게는 지워지지 않는 감정이었을까?

이 생각은 조금 이상하면서도 위로가 됐다. 사랑은 늘 주는 감정처럼 느껴졌지만, 사실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었던 거다. 그건 관계가 끝나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인생에 잠깐 머물렀지만, 그 시간이 결국 어떤 사람을 만들기도 한다. 책 제목처럼, 나는 누군가의 ‘세계의 끝’이었고, 누군가는 나의 끝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걸 받아들이는 것이, 사랑을 겪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성장 아닐까. 이 책을 통해 그런 감정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사랑이 남긴 것은 상처만이 아니라, 성장과 감정의 깊이도 포함된다는 걸.

결론: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

『세계의 끝 여자친구』는 누군가를 사랑해봤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지금의 나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기억들. 그것들이 이 책 속에는 너무도 정직하게 담겨 있다.

김연수 작가의 문장은 소란스럽지 않지만 오래 남는다. 잔잔한데도 깊고, 조용한데도 아프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나면, 오히려 더 많은 감정이 밀려온다. 그게 이 책의 힘이다. 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먼저 알아버리는 이야기들.

만약 지금,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마음속에 남아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그 감정에 이름을 붙일 수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나만 그런 건 아니었다’는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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