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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과 회색 벽, 차가운 분위기가 떠오르는 교도소. 그런데 여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색—분홍색—이 칠해진 방이 있었다면 어떨까요? 더 놀라운 건, 이 방에 들어간 사람들의 공격성이 실제로 줄었다는 보고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과연 이건 과학이 증명한 효과일까요, 아니면 심리적 착각일까요? 오늘은 ‘분홍색 교도소’ 실험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1) ‘베이커-밀러 핑크’의 탄생

1970년대 미국, 해군 교도소 소장 알렉산더 샤우스(Alexander Schauss) 박사는 색채가 사람의 심리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를 하던 중, 특정한 밝은 분홍색이 심장 박동과 호흡 속도를 낮추고, 근육 힘을 일시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실험 결과를 발견했습니다. 이 색은 후에 두 명의 교정소장 이름을 따서 ‘베이커-밀러 핑크(Baker-Miller Pink)’라고 불리게 됩니다.

2) 교도소 벽을 분홍색으로 칠하다

샤우스 박사의 제안으로, 워싱턴주의 한 구치소는 구금실 벽을 전부 베이커-밀러 핑크로 칠했습니다. 놀랍게도, 실험 초기에는 수감자들의 공격적인 행동이 줄고, 경비원과의 마찰이 감소했다고 보고됐습니다. 이후 미국, 캐나다, 스위스 등 일부 교정 시설과 군사 기숙사에서 비슷한 색채 실험이 이어졌죠.

3) 왜 분홍색이 효과가 있었을까?

분홍색이 효과를 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 심리적 연상: 분홍색은 사람들에게 부드럽고 온화하며 안전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들어,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 생리적 반응: 일부 연구에서는 특정한 분홍색에 노출되면 심박수와 혈압이 일시적으로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보고합니다.
• 환경 변화 효과: 교도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회색이나 베이지색 대신 분홍색처럼 예상치 못한 색이 주는 시각적 자극이 새롭고 강하게 작용해, 행동과 분위기에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4) 하지만 반박도 있다

후속 연구 중 일부에서는 효과가 일시적이며, 장기적으로는 공격성 감소가 지속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또, 어떤 수감자는 색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며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즉, 분홍색이 ‘마법처럼’ 폭력을 없애는 건 아니고, 특정 상황·조건에서만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5) 색채 심리의 시사점

비록 논란은 있지만, 분홍색 교도소 실험은 환경 색채가 인간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학교, 병원, 사무실 등 다양한 공간에서 색을 활용해 집중력·편안함·안정감을 조절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이유죠.

💡 Q&A

Q. 지금도 분홍색 교도소가 있나요?
A.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특정 구금실에 베이커-밀러 핑크를 사용하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방식은 아닙니다.

Q. 분홍색이면 어떤 톤이든 효과가 있나요?
A. 아닙니다. 실험에서 사용된 것은 아주 밝고 채도가 낮은 분홍색이었고, 색조가 달라지면 심리 효과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폭력 감소 효과는 과학적으로 확정된 건가요?
A. 아니요. 단기적 효과를 보여준 연구는 있지만, 장기적·보편적 효과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여전히 논쟁이 있습니다.

마무리

분홍색 교도소 실험은 “색 하나가 사람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확실한 건, 우리가 사는 환경의 색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주는 설계 요소라는 점입니다. 다음에 공간의 색을 고를 때, 그 색이 어떤 기분과 행동을 이끌어낼지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