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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럴 쉴즈 '스톤 다이어리' 소설 리뷰 - 조용한 인생, 그러나 깊이 남는 삶의 흔적

캐럴 쉴즈 '스톤 다이어리' 리뷰. 조용한 여성의 일상을 따라가며, 말하지 못한 감정과 삶의 흔적을 다시 바라보는 이야기.

『스톤 다이어리』는 누군가의 인생을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 과장하거나 꾸미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조용하고, 평범하고, 때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은 하루하루. 캐럴 쉴즈는 그런 일상의 흐름을 고요하게 기록하면서도, 그 안에서 삶의 진짜 온도와 무게를 꺼내 보인다.

책의 주인공 데이지 굿윌은 허공처럼 가볍고, 동시에 바닥처럼 묵직하다. 그녀의 삶은 단순히 사건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대신 수많은 감정과 생각들, 그리고 말하지 못한 수백 개의 문장으로 채워진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나는 자꾸만 내 일기장을 떠올리게 됐다. 그다지 특별한 내용은 없지만, 내게는 분명 중요한 그 날들. 『스톤 다이어리』는 그런 기억을 가진 모든 사람을 위한 책이다.

말하지 않아도 지나가는 시간들

데이지는 이야기의 처음부터 ‘목소리’를 명확히 가지지 못한 인물처럼 보인다. 그녀는 말보다 생각이 많고, 생각보다 말할 기회가 적다. 말하지 않는 사람, 말하지 못한 사람, 말해도 아무 일도 바뀌지 않았던 사람. 나는 그 모습이 너무 익숙하게 느껴졌다.

어릴 적 나 역시 말보다는 생각이 앞섰던 아이였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였고, 말하는 대신 관찰하고 받아들이는 쪽에 익숙했다. 그런 나에게 데이지는 낯설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크고 중요한 사건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그저 그 순간, 그 자리에 있던 자신을 기억한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이런 문장을 떠올렸다. “살아낸다는 건, 설명할 수 없는 하루들을 묵묵히 지나가는 일이다.” 데이지의 삶은 바로 그런 식이었다. 화려하지 않지만 결코 얕지도 않았다. 설명되지 않는 감정들, 정리되지 않는 마음들 속에서도 그녀는 늘 ‘살고 있었다’.

인생은 기록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어떤 면에서 '자서전' 같다. 데이지가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구조처럼 보이지만, 묘하게도 화자는 계속 바뀌고, 그녀의 시선은 멀어지기도 하고 흐릿해지기도 한다. 마치 데이지의 인생이 그녀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기억, 추측, 해석 속에 흩어져 있는 것 같다.

나는 이 지점이 너무 흥미로웠다. 누군가의 인생은 그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함께한 사람들의 눈에도, 말에도 담긴다는 것. 그리고 그 모두가 합쳐져도 결국은 완전하지 않다는 것. 우리가 누구인가를 기록한다는 건, 그만큼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일일지도 모른다.

내가 기억하는 나와, 다른 사람이 기억하는 나는 늘 조금씩 다르다. 어떤 날은 나조차도 나를 잘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데이지가 끝까지 자신을 규정하지 않는 모습이 더 진짜 같았다. 그녀는 삶을 정리하려 들지 않는다. 그냥 흐르듯 살아간다. 나는 그 솔직함이 참 좋았다.

‘평범한 삶’이라는 단어에 담긴 오해

이 책은 종종 “여성의 평범한 삶을 그린 이야기”라고 소개된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오히려 ‘평범’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많은 것을 숨기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데이지는 엄마 없이 태어나, 새엄마의 손에 자랐고, 사랑도 겪고, 상실도 겪는다. 결혼, 아이, 이혼, 일, 노년… 말 그대로 ‘모든 인생의 순간’을 지나온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너무 조용하게 지나간다. 감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감정이 너무 많아서 쉽게 말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데이지가 너무나 진짜 사람처럼 느껴졌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그냥 그런 하루”들이 사실은 결코 그냥이 아니라는 것. 그 속에 얼마나 많은 생각과 감정이 숨어 있는지, 이 책은 조용히 알려준다. ‘작은 일’이란 없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항상 충분히 복잡하고 크다는 것.

당신의 일상도 충분히 서사다

『스톤 다이어리』는 속도감 있는 전개도, 놀라운 반전도 없다. 하지만 읽고 나면 마음 깊숙한 곳이 서서히 젖어 있다. 그건 누군가의 인생을 들여다봤기 때문이 아니라, 내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책을 덮고 나서, 하루가 얼마나 많은 감정을 지나고 있는지를 다시 느꼈다. 말하지 않았던 생각들, 흘려보냈던 감정들, 괜찮은 척 지나쳤던 순간들. 데이지는 아무 말 없이 그것들을 견디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

이 책은 말해준다. 당신의 평범한 하루도, 다 이야기로 남는다. 그건 당신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삶이라는 게 애초에 그렇게 복잡하고 찬란하기 때문이다. 『스톤 다이어리』는 그걸 조용히, 깊게, 잊히지 않게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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