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자의 『모순』은 제목처럼 인생의 '모순'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존재가 주는 혼란, 사랑이라는 감정의 복잡한 결, 그리고 그 사이에서 흔들리며 성장해가는 청춘의 마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동안 그냥 넘겨온 감정들이 사실은 꽤나 복잡하고 깊은 거였구나…" 하고 자꾸 되뇌게 됐다. 그리고 그 감정들은 나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었던 일이란 걸 알게 되었다.
가족이라는 단어는 늘 편하지 않았다
이 책에서 주인공 안진진은 자신의 엄마와 아빠,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정상 가족'이라는 것이 얼마나 모순적인지 마주하게 된다.
나는 이 부분에서 큰 공감을 느꼈다. 가족은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존재지만, 그래서 오히려 가장 큰 상처를 주기도 한다. 누구보다 날 잘 안다고 믿지만, 정작 진짜 내 마음은 한 번도 들여다본 적 없는 사람들. 『모순』 속 가족들은 그런 존재들이다.
특히 엄마의 존재는 진진에게 혼란과 분노, 그리고 연민까지 동시에 안겨준다. 사랑받고 싶지만 상처받고, 이해하고 싶지만 미워하게 되는 감정. 나는 이게 너무 현실 같았다.
사랑, 그 흔들리는 감정 앞에서 나는 누구였을까?
안진진은 소설 속에서 다양한 연애를 경험한다. 그 연애들은 늘 '완벽하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그 관계들 속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계속 질문하게 된다.
사랑은 분명 감정인데, 우리는 그 감정을 계속 분석하고 판단하고 해석한다. 그래서 때론 감정이 무뎌지고, 스스로도 내가 뭘 원하는지 잊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진진의 연애들을 보며 "나도 그랬지…" 하며 몇 번이나 웃었다. 왜 그렇게 애매한 관계에 오래 머물렀는지, 왜 자존심 하나 때문에 소중한 사람을 놓쳤는지, 그 모든 감정이 진진의 이야기를 통해 내 기억 속에서 다시 피어났다.
결국, 나라는 사람을 받아들이는 연습
『모순』의 마지막으로 갈수록 진진은 자신을 둘러싼 혼란스러운 관계들 속에서 자신만의 시선을 찾는다. 완벽한 결론이 나진 않지만, 적어도 '나는 이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조용한 확신 같은 게 생긴다.
나는 그게 성장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혼란스럽고, 누구나 실수하고, 누구나 흔들리지만, 그 모든 걸 겪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내 자리를 조금씩 찾아갈 수 있다.
우리는 모순적인 감정 속에서 살아간다. 사랑하면서도 미워하고, 기대하면서도 실망하고, 다가가고 싶지만 또 멀어진다. 『모순』은 그런 감정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나'라는 사람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된다.
나를 사랑하는 일은 언제나 모순과 함께였다
『모순』은 어쩌면 거창한 사건이 없는 소설이다. 하지만 그 속에는 삶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흔하지만 그래서 가장 어려운 감정들이 가득 담겨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조금 더 내 감정에 너그러워질 수 있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조금 모순적이어도 그게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따뜻한 문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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